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우리는 글을 통해 세상을 읽고, 소통하고, 발전한다. 우리나라 문맹률은 1%, 사실상 문맹 제로 국가지만 여전히 1%의 사람들은 글을 읽을 수 없다. 이들을 위해 오랜 시간 봉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포천시 신북면의 박을선 문해교사(67).

 

문해 교육은 한글교육과 다르다. 어려운 가정형편, 성별에 따른 교육차별 등 여러 이유로 글을 배울 수 없었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포천시는 교육기회를 놓친 성인에게 제2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문해 교육사 양성과정을 개설했다. 박을선 문해교사는 포천시가 길러낸 문해 교육 전문가 1호다.

1 포천시 비문해 어르신들의 봄을 위하여.jpg

 

인생 2, 교육 봉사로

박을선 교사가 문해교육에 몸담게 된 데는 남편 이내경 씨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교장이었던 그는 동네 비문해 어르신들께 글자를 가르쳐드리곤 했다. 박 교사는 그런 남편을 곁에서 도왔다. ‘은퇴하면 같이 봉사하며 살자라며 손가락을 걸기도 했다. 그랬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충격과 슬픔에 잠겨 지내던 어느 날, ‘언제까지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남편의 뜻을 이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마침 포천시에서 문해교육사 양성과정참가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그렇게 박을선 문해교사의 인생 2, 교육봉사의 삶이 시작됐다.

 

어르신들의 꿈을 잇다

두 시간짜리 수업을 위해 차로 왕복 한 시간 이상을 달려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문해교육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박을선 교사는 “‘글을 깨우친다라는 것은 6~70여 년간 깜깜하기만 했던 세상이 점차 밝아지는 일이다. 인생이 바뀐다. 이 일을 할 수 있어 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사의 헌신으로 어떤 분은 공부에의 한을 풀기도 했고, 어떤 분은 읽고 쓰기가 안돼 고사해오던 부녀회장직을 맡아 활발히 활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자녀의 이름을 공책에 적고는 글을 몰라 아이 이름을 써줄 수 없었는데 이제라도 꿈을 이뤄 행복하다며 눈물짓던 고령의 어르신도 계셨다.

 

글을 읽다, 행복을 잇다

사람마다 학습 진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업은 기본적으로 11로 진행한다.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전화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면 수업 때 보다 까다로워졌지만, 이 시간만을 기다리는 학습자를 생각하며 힘을 낸다.

 

6년 전부터는 매주 일요일마다 포천 나눔의 집에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그리고 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읽기, 쓰기, 말하기가 또래 아이들보다 미흡한 경우가 많다. 박 교사는 아이들이 언어·문화면으로 뒤처지지 않도록 내 아이에게 알려주듯 따뜻한 눈높이로 수업을 진행한다. 덕분에 한국어교실은 출석률이 매우 높다. 

박을선 문해교사는 어르신이든 이주여성이든 글을 배우려는 열정이 매우 크다. 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문해교육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힘을 쏟고 싶다.”며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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